삼성 불매운동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난 재앙은 단지 태안주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규모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은 부근 어민과 주민들의 생활만 위협하는 게 아니며
인간을 포함한 서해안 벨트 전체의 생태계를 파괴했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1/5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된다. 그럼에도 삼성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달랑 사과문 한 장을
신문에 실었을 뿐이다. 또한 그 사과문에는 '(배상하라고 판결이 나면)법대로 하겠다' 외에
어떤 책임있는 자세도 보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 사과문은 모든 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신문에는
게재되지도 않았다. '한겨레 독자들에게는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삼성은 광고 게재를 통해 언론을 길들여왔고 지금도 그렇다. 경제신문들과 족벌, 재벌신문들은
금번 태안사태에서도 '삼성의 말못할 속앓이' 운운하며 자사에 광고를 주는 삼성을 옹호하기 바쁘다.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무가지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읽혀지고자 하는지
빤히 들여다 보인다.
삼성이 1년에 몇 차례씩,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에 이르는 놀라운 '떡값' 관행을 통해
길들여온 검찰은 "이번 사고는 쌍방 과실"이었다며 사실상 삼성에 면죄부를 발행해 주었다.
삼성은 투자의 결실을 보는 데도 정말 일류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삼성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삼성전자, 홈플러스, 르노삼성
자동차, 삼성테크윈(디지털 카메라 등 제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호텔신라,
제일모직, 에스원, 삼성라이온즈, 에버랜드, 리움미술관 등이 삼성의 관계사다.
스스로 '왕'이거나 '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삼성은 그저 회사일 뿐이다.
물건을 팔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그러므로 삼성에 대한 분노는 '불매운동'으로 시작하는게
옳겠다. 애니콜을 쓰지 않아도, 꼭 홈플러스에 가지 않아도, 삼성차를 타지 않아도, 에버랜드에
가지 않더라도, 삼성보험을 들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바로 아래는 삼성을 '열심히' 변호해주는 신문의 기사들이다. 그 아래에는 오늘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홍세화씨의 칼럼을 옮겨놓았다.
태안에 닥친 불행이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불운'이라고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대자본에 대한 규제는 '생필품을 사는 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현명한 소비로 겸손한 기업, 정직한 회사를 만들도록 강제했으면 한다.
* 삼성, 태안 자원봉사 ‘냉가슴’ 세계일보 사회 | 2008.01.23 (수) 오전 9:54
* 삼성 ‘태안돕기 나섰지만’…속앓이 문화일보 경제 | 2008.01.22 (화) 오후 3:00
* 삼성 “태안 자원봉사 앞장섰는데…” 헤럴드경제 경제 | 2008.01.22 (화) 오후 12:31
* 삼성 "대외신인도 추락하나" 속앓이 서울경제 경제 | 2008.01.16 (수) 오후 5:21
============
[홍세화칼럼] 삼성과 한겨레
[한겨레]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나왔다.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무리한 항해와 유조선의 대응 조처 미흡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요지다. 삼성중공업의 무리한 운항 지시나 운항 관례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아 삼성중공업이 무한 보상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 여부는 뒤로 미뤄졌다.

결국 삼성은 시늉만 내고 거대한 부담은 국민 세금으로 돌려지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아무튼 ‘책임 있음’을 분명히한 검찰 발표로 한달여 온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계속 눙치던 삼성도 더는 모르쇠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22일치 아침신문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실었다. “이제 긴급 방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라고 밝힘으로써 늦어진 사과의 배경을 검찰 발표 시점과 분리시키는 영민함을 보였다. 삼성중공업 대표이사와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된 사과문은 전국 신문에 두루 실렸는데 <한겨레>만 제외되었다. 이미 한겨레 지면에서 석 달째 삼성 광고가 사라졌는데 이번 대국민 사과 광고도 싣지 않은 것이다.

한겨레로선 특정 기업이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데야 별 도리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옹졸함을 확인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상품 광고와 사과 광고는 다르다. 한겨레 독자라는 이유로 사과받는 대상으로서 국민·지역민에서 제외된다면 그 진정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모를 만큼 어리석은 ‘삼성맨’들이 아니다. 신문은 그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했는데, 광고 하나가 ‘삼성공화국’이 아니라 1인 지배체제의 ‘삼성제국’임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아주 정확한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길들여질 한겨레가 아님을 분명히해야 할 것이다. 또 삼성에 대해 지금까지와 다른 논조를 보일 만큼 ‘삼성스러워도’ 안 될 것이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진실과 사실에 바탕을 두고 공정한 기사를 쓰면 된다.

오늘날 광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매체들한테 삼성은 감히 맞설 수 없는 존재다. 시장 권력은 과거 권위주의 정치권력보다 부드러워진 만큼 강력하다. 과거 정치권력에는 사회구성원들이 어쩔 수 없이 복종했지만 오늘날엔 자본과 돈 앞에서 자발적으로 복종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앞장서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역설하고, 기업이 나라 경제를 떠받들고 노동자를 먹여 살린다는 주장 앞에 노동자는 노동의 가치와 함께 한없이 초라해진다. 노동자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제에 대한 소명이 진정으로 기업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기업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한겨레는 노동의 가치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노사 균형이 무너진 사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 그런 자본과 돈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경제동물의 사회는 병든 사회임을 지적하고 비판할 뿐이다. 그 대상이 삼성제국이라고 할지라도.

이번 사건에서도 국민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에 애달파하고 백만을 헤아리는 자원봉사자가 추위를 무릅쓰고 기름수건을 들고 허둥댔다. 종내는 절망한 어민과 주민 셋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통감해야 할 기업은 옹졸하면서 오만했다. 광고로 묶인 매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대신 한국인의 저력에 또 한 번 외국이 놀란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한겨레가 기름수건을 들고 안간힘 쓰는 서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 편히 감동하는 데 머물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홍세화 기획위원

by 없는길 | 2008/01/23 20:40 | 짧고 깊은 휴식, 잡담 | 트랙백(1)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noside.egloos.com/tb/784213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거리로 나가자, 키스를.. at 2008/01/23 22:56

제목 : 삼성 불매 운동에 동참합니다.
이씨는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는 삼성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난다”며 “당장 기름으로 뒤덮인 우리의 삶의 터전을 원상태로 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민들의 상황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당장 내일 먹을 끼.....more

Commented by odumak at 2008/01/23 22:29
불매운동도 좋긴 합니다만, 악의 없이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삼성 직원들 생각도 좀 해주셔야지요...
선배 한명이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는데
맘도 무겁고,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좀 더 효과적으로 경영진을 압박할 방법은 없나요?
괜한 악의 없는 삼성 직원들 선의의 피해자가 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Commented by 진광불휘 at 2008/01/23 22:55
제 후배 하나도 삼성에 다닙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삼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잘못된 일을 하는 회사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대응은 바로 그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 이상, '효과적'인 압박이 따로 있겠습니까. 더구나 대부분의 언론이 삼성에 침묵하거나 오히려 옹호자로 돌아서 있는 지금 현실에서, 직원들도 '선의의 피해자'라면서 삼성 불매운동조차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재벌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떻게 임직원을 분리해서 경영진에게만 압박을 주는 '편리한' 방법이 따로 있겠습니까. 회사 안팎의 여론이 모두 일치하도록 해야겠지요.
Commented by muggle1 at 2008/01/24 09:59
저의 동생도 삼성계열사 직원입니다마는, 불매운동한다고 해서 직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없을 듯하네요. 게다가 불매운동을 안한다고 해서 직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겠죠. 불매운동 또한 악의적인게 아니니 악의 없이 회사다니는 직원하고 배치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Commented by 정현아범 at 2008/01/24 10:51
덕분에 '88만원세대'랑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두권을 잘 읽었습니다..
읽고보니 회사생활 하는 저한테는 샌드위치 얘기가 더 절실하게 다가오더군요..
입버릇처럼 좋은회사 만들자고 떠들고 다닙니다만..
크게 그릇된 방향으로 갈 때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ㅡㅡ;
할일이 많은 듯 싶어 힘이나기도 하지만요..
내 눈의 들보를 못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삼성은 탐욕의 댓가를 크게 치러야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진광불휘 at 2008/01/24 11:12
언론이 세상의 여론을 종합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도구여야 할텐데, 지금은 오히려 여론을 호도하고 재벌의 주장만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지요. 재벌에 대해서도, 언론에 대해서도 그들의 본분을 찾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뻔뻔한 그들의 낯을 후려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부분을 해 나가면, 그들이 걸어온 싸움을 외면하지 않으면 되겠지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