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들르는 매장에서 ‘와인 파격 할인’ 이벤트를 연다는 소식을 신문기사로 보고 행사 첫날 점심시간에 거기 들렀다.
전에 들렀을 때는 손님이 딱 나 한팀 밖에 없었던 터이고 첫날에다 12시 반쯤 됐으니까 어느 정도 한산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주차장은 미어터져 자리가 없었고 매장에 들어서니 이미 계산대에는 뱀 또아리 틀 듯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고르고 골라 8병을 바구니에 넣고는 줄 맨 뒤에 가서 섰다. 줄을 선 뒤로 계산하는 데까지는 1시간이 족히 걸렸다.
매장 대표는 지루하게 만들어 송구하다며 기다리는 동안 아이스와인을 테이스팅하게 해주었다.
할인해서 4만5천원 정도 하는 것이었는데…같이 간 지인이 탄복을 할만큼 맛이 좋았다.
저녁에 퇴근해 친구와 함께 그중 몇 병을 마셨는데…가격대비 맛이 아주 탁월했다.
그리하여,
토요일 오전에 다시 그 가게를 찾는 만행을 저질러 이번엔 7병을 10만원에 사들고 왔다.
그중 몇 병을 또 비웠는데…하나같이 대단했다. 특히 1만원 미만의 멜롯과 1만원 언저리의 말벡이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났다.
피노 누아는 그보다는 값이 비쌌지만 충분히 그 값을 하고 남음이 있었고.
덕분에 주말은 알코올에 푹 젖어 보냈다.
기다리는 소식은 오지 않고, 일은 서서히 그 종결을 예고하고 있다.
손을 놓은 것들이 함부로 자라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나는 아무런 마무리도 짓지 않고 그저 방기하고 있다.
이번주로 문을 닫는 엠파스 블로그도 어디로 옮겨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옳다.
그러나 내 안에서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인가 아니면 그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엇인가.
술 몇 잔으로 언제까지 그것을 눌러둘 수 있을까.
아무것에도 혹(惑)할 수 없는 날들. 계절이 바뀌면 좀 나아질까.
봄같지 않은 봄이 먼 데서 오고 있다.